| TV 피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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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 사실은 얼마간 다를지 모르겠으나, 진정한 이야기가 된다. 사실과 이야기와의 차이가 진실함을 고양시키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세상에는, 사실과 전부 맞아떨어져도 진실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이야기는 대체로 시시하고, 어떤 경우에는 위험하기도 하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들은 냄새로 알 수 있다. "언제나 눈앞에 가이드 라인 같은 게 보여. 친절한 고속도로 같은 것이지. 무슨 무슨 방면은 오른쪽 차선으로 붙어라, 이 앞에는 커브길이 있다. 추월은 금지한다는 등 말이야. 그 지시대로만 쫓아가면 길을 잘못 드는 일이 없지. 어디로든. 그런 식으로 사는 나를 사람들은 칭찬해주었어. 모두가 감탄을 하면서 말이야. " 정열이라는 것은, 어떤 시기에는 그 자체의 내재적인 힘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이즈음에서 손을 쓰지 않으면, 우리의 관계도 언젠가는 궁지에 몰려, 그 정열마저 질식하여 소멸해버릴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이란 깊은 우물 같은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해. 그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 가끔 떠오르는 것들의 모양을 보고 상상할 수 밖에."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테이블 위에서 커피는 점점 식어, 탁해졌다. 지축이 회전하고, 달은 은밀히 중력을 바꾸어 조수를 만든다.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선로 위로는 전철이 통과한다. 남편은 소파에 앉아, 석간을 읽으며 나와 얘기를 한다. 환자이야기, 신문에 난 기사 이야기다. 그리고 하이든이나 모차르트를 듣는다. 나도 음악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나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차이를 구별할 수가 없다. 내 귀에는 어느 쪽이나 똑같이 들린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남편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몰라도 아무 상관없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 그것으로 족하잖아, 라고 말한다. 다시 읽으며 새삼스레 깨달은 일인데, 나는 의 내용을 거의 라고 해도 좋을 만큼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등장인물도, 장면도, 별 기억이 없었다. 전혀 생소한 책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신기한 일이다. 읽었을 때는 제법 감동을 했을 텐데, 결국은 아무것도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다. 그 당시 느꼈을 감정의 떨림이며 고양감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깨끗이, 하나도 남김없이 떨어져나가 사라진 것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고부터 나는, 현실이란 이 얼마나 쉬운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현실을 살아가는 따위는 실로 간단한 일이었다. 그것은 단지 현실에 불과했다. 그것은 그저 집안일에 불과했고, 그저 가정이었다. 단순히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번 작동 순서를 기억하면, 그 다음은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이쪽 단추를 누르고, 저쪽 레버를 잡아당긴다. 눈금을 조절하고, 뚜껑을 닫고, 타이머를 맞춘다. 그런 반복에 불과하다. 죽음이란, 잠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상황이 아닐까ㅡ그것은 어쩌면 지금 내가 보고 잇는 것 같은 끝이 없고 깊은 깨어 있는 어둠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이란 그런 암흑 속에서 영원히 각성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호텔에서 사용하는 카드식 플라스틱 열쇠같은 목소리였다. 억양이 없는 밋밋한 목소리가, 옆으로 가늘게 난 구멍에서 칼날처럼 에고 들어온다. 2008-02-02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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